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꼭 한 번은 이런 구간을 만난다. 분명 뭔가 하고 있는데, 숫자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시기.
나도 그랬다. 운동을 안 한 것도 아니었고, 식단을 완전히 망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체중계 숫자는 며칠이고, 때로는 몇 주고 그대로였다. 그때 내가 가장 먼저 의심했던 건 운동도, 식단도 아니었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나?”
체중이 멈추면 생각이 먼저 흔들린다
살이 안 빠질 때 가장 힘든 건 몸의 변화가 아니라 생각이 계속 꼬이기 시작한다는 점이었다. 어제 했던 선택들이 오늘 갑자기 틀린 것처럼 느껴지고, 그동안 쌓아온 루틴이 의미 없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 다이어트는 관리라기보다 자기 검증에 가까워졌다.
조급함은 늘 같은 선택을 부른다
체중이 멈추자 나는 자연스럽게 더 조급해졌다. 조급해지면 선택은 항상 비슷해진다.
- 조금 더 줄여볼까
- 운동을 하나 더 넣어볼까
- 오늘은 아예 쉬지 말까
겉으로 보면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선택들은 기존 기준을 흔드는 쪽에 더 가까웠다. 지켜오던 원칙에 예외가 붙기 시작했고, 그 예외는 금세 새로운 규칙이 됐다.
숫자가 하루의 기분을 결정할 때
어느 순간부터 체중계 숫자가 하루의 분위기를 정했다. 조금이라도 내려가 있으면 괜히 마음이 가벼워졌고, 그대로면 하루 종일 찝찝했다. 문제는 숫자가 변하지 않는 날이 계속되면, 내가 하고 있는 모든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그때 다이어트는 몸을 돌보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평가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 시기에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기에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더 빼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동안 만든 생활 리듬까지 한 번에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표를 바꿨다. 살을 빼는 것보다, 이 상태를 유지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 선택은 지금 돌아봐도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기준을 바꾸자 생긴 변화
체중 대신 생활을 기준으로 보기 시작하자 조금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숫자는 여전히 느렸지만, 하루가 덜 흔들렸다. 운동을 빼먹어도 다음 날 다시 돌아올 수 있었고, 식단이 어긋나도 모든 걸 망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기준을 바꾸고 나서야 다이어트가 ‘계속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살이 안 빠지던 시기는 실패 구간이 아니라 기준을 다시 점검해야 했던 시기였다. 그때 더 몰아붙였다면 숫자는 잠깐 내려갔을지 몰라도, 지금까지 이어오지는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체중이 멈추면 나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이 상태를 몇 주는 유지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숫자는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이제는 받아들인다.\
체중이 멈췄다고 해서 다이어트가 멈춘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시기는 몸보다 마음을 먼저 정비해야 하는 구간일지도 모른다. 혹시 지금 살이 안 빠져서 모든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면, 숫자보다 먼저 내가 무엇을 기준으로 버티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봐도 괜찮다. 이 글은 정답이 아니라, 그 시기를 지나온 한 사람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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