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빠졌던 순간은 분명히 있었다. 숫자가 내려가고, 옷이 조금 여유로워지고, 거울 속 모습이 달라 보이던 시기. 그때는 다이어트가 어렵지만 보람 있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진짜 어려웠던 건 그 이후였다.
빼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훨씬 더 복잡했다.
1. 목표가 사라진 뒤의 공백
살을 빼는 동안에는 항상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몇 kg, 특정 옷, 어느 날까지. 그 목표가 방향을 잡아줬다. 하지만 목표에 도달하고 나니 이제 뭘 해야 하는지 애매해졌다. “여기서 더 빼야 하나?” “이 정도면 충분한가?” 기준이 흐려지면서 유지는 생각보다 불안한 상태가 되었다.
2. 긴장이 풀리는 순간
감량 중에는 조금 더 조심하고, 조금 더 신경 쓴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린다. 그때 작은 선택들이 달라진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오늘은 쉬어도 되겠지.” 문제는 그 선택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조금씩 쌓인다는 점이었다.
3. 감량보다 애매한 상태
살을 빼는 동안에는 변화가 눈에 보였다. 하지만 유지 구간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숫자는 비슷하고, 몸도 비슷하다. 그 상태가 오히려 더 불안했다. “혹시 다시 늘어나는 건 아닐까?” “조금씩 돌아가는 건 아닐까?” 유지는 성과가 아니라 확인을 반복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4. 유지에는 박수가 없다
감량에 성공하면 주변에서도 반응이 있다. 변했다는 말, 관리 잘했다는 말. 하지만 유지에는 그런 순간이 거의 없다. 변화가 없다는 건 눈에 띄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지는 외부의 동기보다 내 기준에 더 의존해야 했다.
5. 그래서 더 필요했던 건 기준
감량 때는 속도가 기준이었고, 목표가 기준이었다. 하지만 유지에는 다른 기준이 필요했다. “이 상태를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는가.” 이 질문을 중심에 두기 시작하면서 유지는 조금 덜 불안해졌다. 완벽하게 지키는 게 아니라,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6.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예전에는 감량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유지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살을 빼는 건 변화를 만드는 과정이고, 유지는 그 변화를 생활로 옮기는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더 느리고, 더 티 나지 않고, 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살이 빠졌던 순간보다 그 이후를 버티는 시간이 나에게는 더 어려웠다. 혹시 지금 목표를 달성했는데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
그건 잘못된 게 아니라 유지라는 새로운 구간에 들어선 것일지도 모른다.
이 글은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감량 이후에야 보이기 시작한 또 다른 어려움을 정리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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